반응형 영화 드라마 리뷰141 영화 동주 리뷰(영상미, 저항의 방식, 부끄러움) 삼일절 즈음이면 으레 "뭔가 의미 있는 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넷플릭스 추천 목록을 멍하니 넘기다 잠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영화 《동주》는 그런 어느 날 밤 선택한 작품입니다. 흑백 영상, 일제강점기, 시인 이야기라는 조합이 솔직히 처음엔 좀 무겁게 느껴졌는데, 막상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 서거 75주기 재개봉을 맞아, 그날 밤의 기억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흑백 영상미가 담아낸 것들이준익 감독이 《동주》에서 선택한 흑백 영상은 단순한 미적 결정이 아닙니다. 저는 처음엔 "시대극이니까 흑백이겠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 판단이 계속 뒤집혔습니다.명도 대비(Contrast)—밝고 어두운 영역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활.. 2026. 8. 23. 영화 말모이 리뷰(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말의 가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 겪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한동안 제 말이 세상에 닿지 않는 것 같아 몹시 지쳐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본 영화 《말모이》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었습니다. 1940년대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 속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가 잃어버렸던 언어의 무게를 다시 붙잡아 주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을 빼앗긴다는 것의 의미1930~40년대는 일제의 탄압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입니다. 내선일체(內鮮一體)란 조선과 일본이 하나라는 논리로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려는 이념이었고, 황국 신민화란 조선인을 일본 천황의 신민으로 개조하겠다는 동화 정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을 통째로 다른 민족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발상입니다.창씨개명(創氏.. 2026. 8. 23. 영화 소방관 리뷰(첫 출동, 홍제동 참사, 처우 개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소방관이 목장갑을 끼고 화재 현장에 출동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2002년 3월 4일 홍제동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소방관》은 그 무지를 정면으로 깨부수는 작품이었습니다.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고 유재명, 김민재가 출연한 이 영화는 대한민국 소방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순간을 스크린에 옮겨,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범한 하루 뒤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전합니다. 첫 출동, 신입 소방관의 눈으로 본 현장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저게 정말 현실이었을까?" 영화 속 신입 소방관 '롱'은 인수인계할 시간조차 없이 선배들을 따라 첫 출동에 나섭니다.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벨이 울리면 뛰어야 하.. 2026. 8. 22. 영화 밀정 리뷰(의열단, 황옥 경부, 이중 첩자) 일제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의 목에 현상금 100만 원을 걸었습니다. 1920년대 조선 독립운동사에서 이 숫자가 의미하는 무게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잠깐 멍해졌습니다. 영화 《밀정》은 바로 그 시대, 흑과 백 사이 어딘가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저에게, 이 영화는 꽤 오래 남는 질문을 던져줬습니다. 의열단이란 무엇인가 — 무력 독립의 선언영화를 보기 전에 의열단(義烈團)이 어떤 조직인지 짚고 가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의열단이란, 1919년 김원봉이 결성한 항일 무장 독립운동 단체로, 폭탄 투척과 요인 암살 같은 직접 행동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던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외교나 청원이 아닌 '힘'으로 일제에 맞섰던 집단입니다.의열단의 이론적 토대는 신채호.. 2026. 8. 22. 영화 암살 리뷰(일제강점기, 의열단, 친일파)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1,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상영작 흥행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이라는 소재가 과연 그 많은 관객을 불러올 수 있는가 싶었으니까요. 직접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영화가 선택한 시대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 영화라고 하면 3·1 운동이나 광복 직전을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1933년이라는 시점 선택 자체가 굉장히 계산된 결정이었다는 점입니다.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는 일제강점기 3기, 이른바 민족말살통치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민족말살통치란 일본이 조선인의 언어·문화·정체성 자체를.. 2026. 8. 21. 영화 봉오동 전투 리뷰(역사적 맥락, 서사 분석, 영화 평가) 독립운동 영화가 진짜 감동을 주려면 전투 장면이 많아야 할까요?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극장을 나오면서 그 확신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군들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최초의 대규모 승리를 다룬 작품입니다. 소재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지만, 저는 보는 내내 뭔가 허전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역사적 맥락 — 봉오동 전투가 특별한 이유봉오동 전투는 단순한 전투 하나가 아닙니다.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대한독립군이 만주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격파한 이 사건은, 국권 피탈 이후 조직화된 독립군이 기록으로 남긴 첫 번째 대규모 승리였습니다. 당시 독립군은 근대식 무기와 훈련으로 무장한 일본.. 2026. 8. 2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