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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우리들의 블루스(옴니버스, 괸당문화, 젠더논쟁)

by noeuli 노을이 202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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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10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처음 편성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병헌, 차승원, 김우빈, 한지민, 신민아, 엄정화가 한 화면에? 이 정도 라인업이면 기대보다 실망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스타 집합체가 아니었습니다.

 

옴니버스 구조, 장점인가 단점인가

<우리들의 블루스>가 채택한 형식은 옴니버스(omnibus) 구조입니다. 여기서 옴니버스란 독립적인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 안에 묶여 있는 방식을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러브 액츄얼리>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처럼 종종 볼 수 있지만, TV 드라마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는 형식입니다. 노희경 작가 본인도 인터뷰에서 이 점을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내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멜로에 공감하는 분도, 부모 자식 관계에 더 끌리는 분도, 오래된 우정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분도 각자의 입구가 있습니다. 드라마 한 편에서 이렇게 다양한 진입점이 생기는 건 옴니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에피소드 전환 시점에 몰입이 툭 끊기는 건 아쉬웠습니다. 인권과 호식의 이야기에서 감정이 한껏 끌어올려졌다가, 화면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인물의 서사로 넘어가는 순간 감정선을 급격히 재조정해야 했습니다. 제 경우엔 이 구간이 생각보다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지만, 그걸 알면서도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 장점: 다양한 인물 군상으로 시청자 공감 진입점이 넓다
  • 장점: 에피소드별로 취사선택 가능, 시청률 유지에 유리
  • 단점: 에피소드 전환 시 감정선 단절로 몰입도 저하
  • 단점: 전체적으로 다소 어수선한 인상을 줄 수 있음
요약: 옴니버스 구조는 시청자 저변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에피소드 전환마다 감정 몰입이 끊기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제주와 괸당문화가 드라마의 뼈대인 이유

드라마의 배경인 제주도는 단순한 풍경 장치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주는 서울에서 상처받은 인물들이 귀향(歸鄕)하는 공간으로 반복 등장합니다. 귀향이란 단순히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는 행위입니다. 한수와 은희, 공속과 선아, 이후 예정된 미란과 은희 에피소드까지 모두 이 패턴을 따릅니다.

여기에 제주 고유의 괸당 문화가 더해집니다. 괸당이란 제주 방언으로 친척이나 마을 공동체를 아우르는 유대 관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혈연·지연으로 촘촘하게 엮인 공동체 문화입니다. 이 문화 덕분에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각자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교차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동석과 선아의 에피소드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됩니다. 동석이 어머니 옥동에게 품은 애증과, 선아가 아들 열이에게 미움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정확히 교차합니다. 상대의 상처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방식, 이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는 위로의 본질입니다. 제주라는 공동체 공간이 없었다면 이 교차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서사 구조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트라우마(trauma)가 현재의 관계를 옥죄고 있다가 타인과의 화해나 공감을 통해 서서히 풀려나가는 흐름이 일관되게 반복됩니다. 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적 경험이 현재까지 심리적 고통으로 남아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수의 꺾인 꿈, 인권과 호식의 오해, 동석의 가족사, 정준의 버림받은 기억이 모두 이 구조 위에 놓여 있습니다.

요약: 제주 배경과 괸당 문화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개입하도록 만드는 서사적 장치이며, 드라마의 핵심 주제인 '관계를 통한 치유'를 뒷받침하는 뼈대입니다.

 

젠더 논쟁, 시대착오인가 균형 잡기인가

이 드라마를 둘러싼 비평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젠더(gender) 서사에 관한 지적이었습니다. 젠더 서사란 작품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고 어느 쪽이 서사의 주체가 되는가를 분석하는 관점입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드라마가 겉으로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지만, 결국 그들이 순정남의 서사를 완성하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꽤 공감 가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면서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권·호식 에피소드라는 아버지 서사가 있는 동시에, 은희와 옥동이라는 어머니 서사가 나란히 존재합니다. 영주·현이 커플처럼 청소년 서사도 있고, 춘희와 옥동이라는 노년 여성의 이야기도 별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춘희·선아·은희가 함께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聾人) 배우 이소별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단순히 보여주기식 다양성으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균형 배치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어느 한쪽을 더 강하게 밀면 메시지가 선명해지지만, 이 작품은 분열보다 공존을 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대착오라는 시각도 틀리지 않고, 균형을 지향한다는 시각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의 차이입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젠더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회적 균열선 앞에서 어느 한쪽으로 함몰되지 않으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노희경 작가는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시청률 대박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배우들에게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연기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이 발언 자체가 이 작품의 방향성을 잘 보여줍니다.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고, 그 무게는 출연진이 스스로 감수했습니다(출처: tvN 공식).

요약: 젠더 서사 논쟁은 관점의 차이이며, 이 드라마는 특정 이슈에 편향되기보다 다양한 세대·성별·처지의 서사를 균형 있게 배치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우리들의 블루스 몇 부작이고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총 20부작이며 tvN에서 토일 편성으로 방영되었습니다. 현재는 넷플릭스와 티빙을 통해 전편 스트리밍이 가능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캐릭터 위주로 먼저 찾아보는 방식도 추천합니다.

 

Q. 옴니버스 드라마라서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A.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이야기만 골라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인물들이 같은 공동체 안에서 교차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순서대로 보면 관계 맥락을 파악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제가 직접 1화부터 봤을 때 인물 간 연결 구조가 서서히 드러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Q. 노희경 작가 드라마를 처음 보는데 이 작품부터 봐도 괜찮을까요?

A. 저 역시 이 작품이 노희경 작가 첫 드라마였습니다. 이전 작품을 몰라도 진입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팬이 아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인물 한 명 한 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작품성 중심의 전개라는 점은 미리 알고 보시면 기대 조정에 도움이 됩니다.

 

Q. 드라마에서 제주 방언이 많이 나오나요?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요?

A. 제주 방언이 꽤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자막이 제공되고, 문맥상 의미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방언이 인물의 정서와 지역 공동체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드라마 언어 연구 자료 참고).

 

결론

절반만 보고 내리는 평가가 조금 무모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이렇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각자의 옴니버스 속에 갇혀 혼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결국 사람은 사람을 통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화해 전개나 신파적 소재의 반복처럼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경험상 이 드라마가 남기는 여운은 오래갑니다.

별점으로 치면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드라마의 장단점을 모두 알면서도 다시 꺼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몇 개나 되겠습니까.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 또는 동석과 선아 에피소드 중 하나만 먼저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그 두 편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GliBhdS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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