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첫 방송 전까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연쇄살인마 엄마와 형사 아들의 공조 수사라는 설정이 자칫 자극적인 소재로만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화면을 켜는 순간, 고현정의 첫 등장 씬 하나로 그 걱정이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드라마 <사마귀>는 파격적인 설정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와 묵직한 심리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 23년의 침묵이 깨지는 순간
드라마는 수변공원에서 발견된 43세 남성의 시신으로 막을 올립니다. 피해자 목에는 주사 자국이 있었고, 혀가 잘린 채 발견됐습니다. 제가 첫 에피소드를 보면서 눈을 의심했던 건 바로 이 장면이었는데, 이 범행 방식이 무려 23년 전 '사막귀'라고 불렸던 연쇄살인마 이신의 수법과 판박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모방범죄(copycat crime)'란 특정 범죄자의 수법을 의도적으로 흉내 내어 저지르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넘어, 원본 범죄자에 대한 집착이나 숭배가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력범죄 수사대의 형사 차수열은 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결국 이신을 직접 만나야 하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이신은 현재 교도소 아닌 연금 주택에서 호화로운 감금 생활을 누리고 있었는데, 23년 전 자백의 대가로 얻어낸 조건이었습니다. 수열이 이신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멈칫했습니다. 이신이 수열의 친어머니였다는 사실이 그 자리에서 밝혀지거든요.
이후 이야기는 단순한 모방범 추적극이 아닌, 과거의 비극이 현재로 끊임없이 흘러드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2001년 탄광 폐업으로 황폐해진 웅산 지역에서 벌어진 이신의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이 모두 아내나 아동을 학대한 남성들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수열의 외할아버지 현남이 사실은 이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인물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과거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과정은 제가 경험한 국내 스릴러 드라마 중에서도 꽤 강렬한 축에 속했습니다.
모방범의 정체 역시 상당히 복잡한 레이어를 갖고 있었습니다. 조현병 환자 서구한은 이신의 범행을 흉내 내면서 이신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 응원하고 있다는 망상을 스스로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조현병(schizophrenia)'이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정신질환으로, 망상이나 환각 증상이 대표적이며 범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 취약성이 범행 동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서사 장치로 활용됩니다. 진짜 모방범 강연중의 등장은 더욱 소름 돋는 방식이었는데, 수열의 연인 정현의 주변에 이미 '아라'라는 이름으로 파고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저는 방송 내내 켜두던 조명을 하나 더 켰던 기억이 납니다.
- 1화: 수변공원 살인 사건 발생, 사막귀 모방범죄 가능성 제기
- 중반부: 차수열과 이신의 공조 수사 시작, 서구한·강연중의 정체 순차적으로 밝혀짐
- 후반부: 현남의 진실, 정현 납치, 이신 탈주와 최종 대결
- 피날레: 이신 교도소 재이송, 2년 후 중호 시신 발견으로 시즌 2 가능성 암시
배우연기와 작품평가 — 압도적 연기력과 아쉬운 개연성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놓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고현정 한 사람이었습니다. '정이신'이라는 캐릭터는 냉혹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인데, 고현정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 하나만으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표현해냈습니다. 화면을 통해서도 체감될 만큼 서늘한 아우라였습니다.
장동윤이 연기한 차수열은 그 반대편에서 극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었습니다. 범죄자인 엄마에게 협조를 구하면서도 경찰로서의 원칙을 지키려는 내적 갈등, 그리고 '괴물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 아이를 갖는 것이 두렵다'는 고백 장면에서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는 제 경험상 장동윤의 커리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을 만했습니다. 여기서 극이 활용한 서사 기법이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인데, 이는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구도·배우의 위치·공간 구성을 통해 서사적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드라마의 연출 개념입니다. 이신이 갇혀 있는 연금 주택의 차갑고 정돈된 공간과, 수열이 머무는 혼란스러운 현장의 대비는 두 인물의 심리적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좋은 예였습니다.
다만 장르물로서의 완성도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복선(foreshadowing)'입니다. 복선이란 이후 전개될 사건을 앞서 암시하는 서사 장치로, 시청자가 결말에서 "아, 그게 그 복선이었구나"하는 반전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사건의 결정적 전환점이 형사의 치밀한 추리보다는 인물들의 직관이나 예상치 못한 우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잦았습니다. 제가 매주 방송 후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모방범 추리를 나눌 때마다 "이건 좀 억지 아냐?"라는 반응이 심심찮게 올라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무게중심이 수사극보다 모자 관계의 신파적 감정선으로 기울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감정선 자체의 완성도는 꽤 높았습니다. 다만 장르 팬의 시각에서는 꽉 짜인 '플롯 트위스트(plot twist)', 즉 이야기의 방향을 예상 밖으로 뒤집는 반전 구조의 쾌감이 마지막까지 유지되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온전히 충족되지는 않았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장르별 시청자 선호 분석에서도 국내 스릴러 드라마 시청자들은 심리적 반전과 서사적 밀도를 핵심 만족 요인으로 꼽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의 드라마 시청 행태 조사에서도 스릴러 장르는 '개연성'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라마 사마귀는 원작이 있나요?
A. 네, 프랑스 드라마를 원작으로 두고 있습니다. 원작의 잔혹하고 서늘한 심리 스릴러 분위기를 한국적 정서와 탄광촌이라는 지역 배경으로 재해석한 점이 특징입니다. 원작 팬이라면 어떤 부분이 현지화됐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감상 방법입니다.
Q. 이신 역 고현정 연기가 정말 그렇게 무섭나요?
A. 제가 직접 봤는데, '무섭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자극적인 분장이나 과장된 몸짓 없이 눈빛과 말투만으로 화면 전체의 공기를 바꿔놓는 수준입니다. 특히 수열과 단둘이 마주하는 밀실 대화 장면들이 압권이었는데,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Q. 결말이 열린 결말인가요, 닫힌 결말인가요?
A. 사실상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강연중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2년 후 최중호 총경의 시신이 발견되고 수열과 나이가 이신을 다시 찾아가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시즌 2를 강하게 암시하는 마무리라 저도 방송이 끝난 뒤 한동안 커뮤니티 눈팅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Q.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보기 힘들 수 있나요?
A. 혀 절단, 주사 구속, 익사 등 묘사 수위가 꽤 높은 편입니다. 다만 노골적으로 신체를 클로즈업하기보다 분위기와 사운드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연출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고어(gore) 장르보다는 심리적 불쾌감 쪽에 더 가깝습니다. 잔혹 묘사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미리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드라마 <사마귀>는 저에게 단순히 재밌게 본 드라마가 아니라,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 머릿속에서 인물들이 맴돌았던 작품입니다. 고현정이 만들어낸 이신이라는 캐릭터의 서늘한 잔상은, 장르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오래 남는 종류의 인상이었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정교한 반전과 뇌싸움을 기대하신다면 다소 헐거운 구석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적 서늘함, 그리고 모자 관계라는 독특한 감정선이 어우러진 묵직한 스릴러를 원하신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이번에는 수사 플롯의 밀도를 좀 더 끌어올려 주길, 저는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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