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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리뷰(이상과 현실, 공감과 성장)

by noeuli 노을이 2026.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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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소파에 누워 멍하니 드라마를 틀었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나 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미스 함무라비》를 보면서 꼭 그랬습니다. 거창한 재벌 비리도 없고 긴박한 반전도 없는데,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법정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 싶었던,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이상과 현실 — 두 판사는 왜 계속 부딪힐까요?

드라마는 첫 장면부터 꽤 선명한 질문을 던집니다. 출근길 지하철, 시끄러운 통화에 얼굴을 찌푸리는 판사와, 그 옆에서 성추행범을 당당하게 제압하는 여성. 두 사람은 알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신임 판사로 같은 날 첫 출근을 합니다.

임바른은 학창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원리원칙주의자입니다. 반면 박차오름은 피아노과 출신에 감성적이고 충동적이며, "높고 단단한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 편에 서겠다"라고 선언할 만큼 이상주의적입니다. 제가 처음 이 두 캐릭터를 봤을 때, 솔직히 오름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열정은 알겠는데, 저 식으로 법원이 바뀌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답답함이 조금씩 흔들립니다. 오름은 법관의 중립성(中立性)을 종종 위태롭게 넘나들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진짜 속사정을 끌어냅니다. 여기서 법관의 중립성이란 재판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오름은 이 원칙과 충돌하면서도, 오히려 그 충돌 덕분에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를 반복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해고 무효 소송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피고 회사가 SNS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해고를 한 뒤, 소송에서 일부러 질 의도였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파악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오름과 바른, 그리고 한세상 부장판사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분석하다가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그 과정이, 제 경험상 이 드라마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 박차오름: 피해자의 감정과 공감을 우선하는 이상주의 판사
  • 임바른: 증거와 원칙에 근거한 원리원칙주의 판사
  • 한세상: 경력 20년, 현실과 이상 사이를 조율하는 현실주의 부장판사
요약: 이상주의와 원리원칙주의가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두 판사의 관계가 이 드라마의 핵심 엔진입니다.

 

공감의 힘 — 법정이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가 다른 법정물과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승패보다 공감을 먼저 묻는다는 점입니다. 식당 불판 사고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원고와 피고의 진술이 엇갈리고 증거도 불충분한 상황에서, 오름은 합의 조정을 중단하고 본인 신문을 직접 열어 진실을 끌어냅니다. 여기서 본인 신문이란 당사자 본인을 증인처럼 직접 법정에 세워 묻고 답하게 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결국 피해 아이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눈물로 자신의 거짓말을 사과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법원이 꼭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를 가리는 곳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 조항 하나로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 사건일수록, 오름의 감성적 접근이 진실에 더 가까이 닿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물론 이 지점이 드라마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름의 행동 중 몇 가지는 현실 법원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이미 한쪽의 말만 듣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실제로 드라마 안에서도 나옵니다. 오름 스스로 자신의 정의감이 독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는 장면인데, 그 반성이 있어서 캐릭터에 설득력이 생겼다고 봅니다.

합리적 피해자 기준(Reasonable Victim Standard)이라는 개념도 이 에피소드에서 다뤄집니다. 이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합리적인 피해자라면 어떻게 느꼈을지를 기준으로 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개념입니다. 실무관 이도현이 정판사에게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은, 이 개념을 말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몸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긴 대사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요약: 법정을 승패의 공간이 아닌 공감과 치유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이 드라마의 가장 따뜻한 메시지입니다.

 

성장의 기록 — 조직 안에서 버티는 것도 용기일까요?

드라마 후반부의 판사 회의 에피소드는,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곱씹은 장면입니다. 성공충 부장판사의 부당한 행태에 분노한 오름은 연판장을 돌리려 하고, 바른은 "조직을 바꾸려면 먼저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립니다. 저는 처음엔 바른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홍판사가 계속된 야근 끝에 옥상에서 쓰러지고 유산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게 단순히 '이상 대 현실'의 싸움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름도 결국 한세상 부장판사에게 "행동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법관 윤리 강령(法官 倫理 綱領)이란 판사가 직무 수행 중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명문화한 규범인데, 오름은 이를 위반했다는 의혹까지 받게 됩니다.

결국 바른이 제안한 방법, 즉 법원조직법에 따른 전체 판사 회의 소집이라는 공식 절차를 택합니다. 163명 이상이 출석해야 성립하는 이 회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 아슬아슬한 순간, 한세상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부장판사들이 속속 회의장에 들어서는 장면은 솔직히 코끝이 찡했습니다. 오름의 진심 어린 연설이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이 에피소드가 제게 묵직하게 남은 이유는, 드라마가 '혼자서 세상을 바꾸는 영웅'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름도 실수하고, 바른도 흔들리고, 한세상도 처음엔 외면합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제가 직장과 사회 안에서 겪었던 무력감을 다독여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극본을 직접 쓴 덕분에, 법원 조직 문화의 폐쇄성과 구성원들의 고뇌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출처: JTBC 공식 드라마 페이지 — 미스 함무라비

요약: 혼자가 아닌 함께, 감정이 아닌 절차로 조직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 드라마의 가장 현실적인 성장 서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스 함무라비는 몇 부작이고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총 16부작으로 2018년 JTBC에서 방영되었습니다. 현재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주요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다시 보기로 두 번 돌려봤는데, 처음과 다른 장면에서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Q. 미스 함무라비 원작이 따로 있나요?

A. 네,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법원 내부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소설에도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원작 소설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Q. 박차오름 판사 캐릭터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엔 그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법정에서 성립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들이 여럿 나오고, 법관의 중립성이라는 원칙과 충돌하는 장면도 많습니다. 다만 오름이 자신의 실수를 직접 인정하고 반성하는 흐름이 있어서, 완전히 판타지 캐릭터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느 선에서 공감하고 어느 선에서 비판적으로 볼지는, 보는 분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Q. 법정 드라마인데 법률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본인 신문이나 합리적 피해자 기준 같은 법적 개념이 나오지만,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저도 법률 비전공자인데, 오히려 이 드라마 덕분에 법에 대한 시각이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결론

《미스 함무라비》는 완벽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선악 구도가 단순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도 있고, 오름의 돌발 행동이 개연성보다 감동을 앞세우는 순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다시 보면서도 '이건 좀 무리수다' 싶었던 장면이 두어 개는 됩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제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는, 법이라는 차가운 언어로 인간의 따뜻한 이야기를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아픔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조직 안에서 정의를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들이 지금도 유효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법정물이 낯설더라도 한 번쯤 첫 회를 눌러보시기를 권합니다. 제 경우엔 그 첫 회가 끝나고 바로 2회를 틀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iJyDn9Or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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