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정우성이 한 작품에서 맞붙는다는 소식만으로 이미 화제가 됐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저는 1화 공개 당일에 바로 켰습니다. 기대가 워낙 컸던 탓인지, 보고 난 뒤의 감정이 단순하지가 않더라고요.

누아르 미장센과 캐스팅, 실제로 보면 어떤가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색감·구도·소품까지를 아우르는 연출 언어를 뜻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백기태(현빈 분)의 장면은 선이 정갈하고 어둠이 계산된 반면, 장건영(정우성 분)의 장면은 손에 잡힐 듯 거칠고 산만하게 설계됐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다루는데 두 캐릭터의 씬이 아예 다른 작품처럼 보이더라고요. 이건 연출 의도가 분명한 대목이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누아르(noir)라는 장르 자체가 원래 '빛과 어둠의 극단적 대비'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작품은 그 문법을 캐릭터 단위로까지 끌고 내려왔습니다. 쉽게 말해 카메라가 인물의 성격을 대신 설명해 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평소 <내부자들>이나 <남산의 부장들>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시각 언어의 밀도 때문인데, <메이드 인 코리아>도 그 계보에 올려놓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캐스팅 면에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현빈·정우성 두 주연 외에도 우도환, 조혜정, 서은수, 원지안, 정성일, 강기둥, 박용우까지 대체 불가한 배우들이 회차마다 등장합니다. 제 경우엔 박용우 배우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말 한마디 없이 표정만으로 내면을 슬쩍 건네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조혜정 배우의 경우는 은밀하게 권력을 흔들면서도 그 안에 공포와 슬픔이 동시에 스며있어서, '연기를 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 백기태 씬: 정갈한 구도, 계산된 어둠 — 권력욕을 가진 인물의 내면을 시각으로 표현
- 장건영 씬: 거친 핸드헬드 카메라, 산만한 공간 — 집념과 혼돈이 공존하는 검사의 성격과 일치
- 조혜정·박용우 등 조연진: 회차마다 서사가 확장되며 주연 못지않은 무게감을 형성
- 1970년대 공안(公安) 수사 구조: 중앙정보부가 검찰 위에 군림하던 시대적 맥락이 극의 갈등을 구동하는 핵심 동력
참고로 공안(公安) 수사란 국가 안보나 체제 유지와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 수사 영역을 말합니다. 극 중 중앙정보부가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에 직접 개입해 도청 장치를 심고 기록을 탈취하는 장면은, 당시 공안 기관이 법 위에 존재했던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출처: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70년대 중앙정보부는 국내 정치·경제·사법 전반에 실질적인 개입 권한을 행사한 기관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대극으로서의 완성도, 아쉬움도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사실 '아깝다'였습니다. 소재가 너무 좋았거든요. 마약 밀매(drug trafficking), 즉 불법 마약류를 국경을 넘어 유통하는 범죄 조직과 중앙정보부 요원이 결탁하는 구도는, 한국 시대극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영역입니다. 거기다 하이재킹 사건까지 엮으면서 첫 회부터 판을 크게 벌려놨죠.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연성(蓋然性)'입니다. 개연성이란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가 논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정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인물의 선택이 극의 편의를 위해 움직이는 순간들이 눈에 걸렸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하이재킹이라는 초대형 사건을 겪고도 주인공이 너무 빠르게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는 리듬이 그랬고, 중간책으로 위장 잠입하는 장면에서 허술하게 정체가 노출되는 방식도 조금 아쉽더라고요.
클리셰(cliché), 다시 말해 장르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된 공식적 패턴 문제도 있었습니다. 소신을 지키는 검사 대 권력을 좇는 정보 요원이라는 대립 구도는, 사실 <내부자들>(2015)부터 최근까지 국내 범죄 스릴러가 줄곧 써온 공식입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공권력 내부의 부패와 소신파 주인공의 대결은 2010년대 이후 한국 범죄 장르의 가장 자주 쓰인 서사 구조입니다. 이 드라마가 그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소재의 신선함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직접 3화까지 봤는데, 3화로 갈수록 조연들의 서사가 확장되며 판 자체가 커지는 건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각 에피소드가 한 편의 영화처럼 설계됐다는 감독의 말이 과장만은 아니었고, 화면의 질감과 편집 리듬은 국내 드라마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 수준이었습니다. 단지 그 포장지에 비해 내용물, 즉 대본의 밀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는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이드 인 코리아 몇 화까지 나왔나요?
A. 디즈니 플러스에서 순차 공개 중이며, 총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개 일정은 디즈니 플러스 공식 앱에서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Q. 현빈 정우성 실제로 같은 장면에서 많이 나오나요?
A. 초반부에는 서로의 존재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다가, 회차가 쌓일수록 직접 대면하는 장면이 늘어납니다. 두 캐릭터의 정면 충돌 씬은 기다린 만큼의 긴장감을 줍니다.
Q. 1970년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극 중 하이재킹 장면은 1970년 실제 발생한 재팬 에어웨이즈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단, 전체 서사는 픽션이므로 실화와 혼동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Q. 내부자들이나 남산의 부장들을 좋아하면 재밌게 볼 수 있나요?
A. 시대 배경과 권력 구조를 다루는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서사의 밀도보다 화면과 배우 연기에 기대는 비중이 조금 더 크므로, 그 점을 감안하고 보시면 실망 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결론
<메이드 인 코리아>는 '좋은 재료를 가졌지만 조리 시간이 아쉬운 요리'에 가깝습니다. 현빈과 정우성이라는 캐스팅, 1970년대 공안과 마약 밀매라는 소재, 캐릭터마다 다른 카메라 언어를 적용한 연출까지, 이 정도면 명작의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보는 내내 화면만큼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본의 개연성과 서사의 신선함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들이 그 간격을 좁혀줄 거라는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1화만 보고 판단 보류 중이라면, 일단 3화까지는 보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조연진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이 거기 서부터거 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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